가상의 세계
영화 '마션' 속 주인공은 붉고 황량한 화성에서 감자를 재배하고, '툼 레이더'에는 사원을 집어삼킬 듯 자라난 거대 나무가 등장했고, '반지의 제왕' 속 호빗들은 호비튼에서 파티를 열고,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는 스케이트 보드가 광활한 자연 속 도로를 따라 활강한다.
이 영화들을 볼 때 당연히 CG 처리를 했을 거라고 생각했다면, 이제 편견을 깰 때이다. 세 편의 영화 속 로케이션은 사실 우리가 사는 지구에 '실재'하는 공간. 비현실적이고 낯선 지구로 꿈 같은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SF 영화
영화에 CG 기술이 쓰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를 환상의 세계로 인도하려는, 이야기에 우리를 참여시키려는 의도일 테다. 그렇게 CG는 황홀한 미장센을 꾸며내며 맡은 바 임무를 멋지게 해낸다. 그러나 마술적인 경험은 꼭 영화를 통해서가 아니어도 가능하다. 현실 세계, 우리 지구 어딘가에도 마치 영화 속 스크린을 그대로 키워놓은 듯한 CG 같은 명소가 있다.
🎨 미장센?
연극이나 영화에서 시각적 요소를 연출하는 것을 미장센이라 한다.
이미지출처:다음 영화 마션
세계적인 거장, 리들리 스콧의 휴머니즘 SF 블록버스터 '마션'. 특히 실감 나는 화성의 묘사가 화젯거리였다. 진짜 우주에서 촬영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될 만큼 리얼하여 CG 씬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실제 로케이션은 요르단의 사막 ‘와디 럼’이며 CG 처리도 거의 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황무지가 렌즈에 담겼다.
요르단 와디 럼 사막
무인로봇이 전송한 실제 화성 사진과 가장 흡사한 장소가 지구별 어딘가에 있었던 것이다. 달의 계곡, 드넓은 붉은 대지 위에서 영화 속 주인공은 감자를 재배했다. 기적에 가까운 화성에서 생명 싹틔우기. 그보다 쉬운 '요르단의 붉은 평원 여행하기'에 도전하면 어떨까?
자연을 간직한 이름
한 때 바다였던 와디 럼 사막 Wadi는 계곡을, Rum은 달을 뜻한다.
와디 럼 사막 투어
이미지출처: 다음 영화 툼 레이더
영화 '툼 레이더'의 촬영지, 씨엠립에서 안젤리나 졸리는 '춤추는 무덤의 입구'를 찾아내는 데 성공한다. 그녀가 마침내 도달한 앙코르와트 타 프롬 사원에는 거대한 나무가 위엄을 뿜고 있다. 짐작조차 어려운 압도적인 규모로 사원을 장악한 자연.
씨엠립 앙코르와트 타 프롬 사원 나무
이 무시무시한 생명체의 서로 얽히고설켜 뻗어나간 뿌리에는 영생불사를 꿈꾸던 왕조의 욕망이 서려 있다. 마치 영원불멸해 보이는 이 나무는 지금도 유적지 틈새를 파고들며 계속 자라고 있다. 언젠가 사원을 전부 집어삼킨 뒤 주변의 모든 것들과 함께 무너져버리는 게 아닐까, 위태로워 보인다. 영화보다 더 비현실적인, 마치 외계에서 온 괴생물체 같은 이 나무를 직접 만나보면 어떨까?
타 프롬 사원
🛎 알아두면 좋은 TIP.
오래된 유적지이므로 걷기 좋은 편안한 신발을 착용하자.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이른 아침에 방문하기를 추천한다.
이미지출처: 다음 영화 호빗 : 뜻밖의 여정
영화 '반지의 제왕'의 성공 이후 뉴질랜드는 후속작 '호빗'의 촬영지로 다시 선택받았다. 피터 잭슨 감독이 이곳 태생이기도 하지만, 뉴질랜드는 톨킨이 창조한 '미들어스'와 근접한 지질학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뉴질랜드 반지의 제왕 촬영지
이야기 속 '파티 트리'와 비슷한 나무를 발견한 감독은 북섬 마타마타 지역에 호빗 마을을 정교하게 구축했다. 아기자기한 44개의 호빗 하우스, 빌보의 집 대문에 붙은 파티 경고문, 파티를 열던 술집까지. 판타지 세계와 만나는 즐거움으로 가득한 이곳은 분명 '샤이어'이다. 호빗의 모험이 시작된 호비튼에서 환상적인 여정을 완성해 보자.
호비튼 호빗 마을 투어
✅ 가기 전 반드시 예약!
호비튼은 자유 관람이 불가한 가족 경영의 사유지이므로, 투어 예약이 필수이다.
이미지출처: 다음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십 년이 넘도록 회사에 다니며 일만 하던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주인공 월터. 그는 업무상의 이유로 어느 사진작가를 찾아 여정을 떠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씬은 평범하기 그지없는 월터가 롱보드를 타고 그림 같은 93번 도로를 빠르게 활강하는 장면이다.
아이슬란드 93번 도로
에이일스타디르(Egilsstaðir)부터 세이디스피외르디르(Seyðisfjorður)까지 이어지는 이 구간에서 아이슬란드의 매력을 온몸으로 만끽해 보면 어떨까? 롱보드, 자전거 혹은 렌트카 그 무엇을 타든 끝나지 않을듯한 굽이진 로드를 따라 질주하며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보자.
구푸폭포
🎧 영화 사운드 트랙과 함께
롱보드씬 BGM은 'Space Oddity'와 'Stay Alive''. 도로 중간의 구푸폭포(Gufufoss)를 잠시 감상해도 좋을 것이다.
영화는 현실의 메타포이다. 영화의 생명력은 원작이 지닌 아우라를 뛰어넘으려는 욕망 깊은 곳으로부터 분출된다. 그 끊이지 않는 시도는 실패와 성공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든다. 그런데 꼭 '매트릭스' 속 네오처럼 빨간약과 파란약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걸까?
두 가지를 섞은, 신비로운 현실을 보여주는 보라색 알약을 삼켜보면 어떨까. 위의 세 곳에서만큼은 자연이 연출하여 눈앞에 펼쳐둔 '환상성'을 그대로 느껴보자. 상상 이상의 씬이 우리를 황홀감으로 인도할 테니. 현실에서도 얼마든지 강렬한 영화적 순간을 경험하게 되리라.
👏🏼 오마주?
영화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특정 작품의 특정 장면을 인용함으로 존경과 예찬을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